[하우징워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를 향한 원론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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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1-20본문
필자의 지인 중에 잘나가는 공부방 선생님이 있다. 그에게 배우려면 대기를 걸어놓고 반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고, 수입은 대기업 10년차인 배우자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 그가 수업 준비를 하고, 학부모에게 피드백을 주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경기도에 아파트 하나를 마련했는데, 재건축 소식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같은 기간 공부방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많이 올랐단다.
지인은, 죽어라 일해서 돈을 벌었는데 그냥 가지고만 있었던 아파트가 그렇게 가격이 오르니 허무하다고 했다. 그게 자기 아파트였음에도 그런데, 남의 것이었다면 정말 배가 많이 아팠을 것이라고.
시장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노력하는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노력하는 만큼 얻는다는 믿음이 온전히 실현될 때 소위 ‘공정’한 사회인 것이고, 만약 누군가 노력 없이 많은 것을 얻는다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지인의 말처럼 ‘배가 많이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 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경제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역사가 알려주었다.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 자들이 희소 재화를 독점하는 등으로 노력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가면서 ‘공정성’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시장 경제를 온전히 방치하는 국가는 없다. 독과점을 규제하거나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고 제한적인 재화는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는 등으로 국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 경제 본연의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도 결국 ‘공정성’ 유지를 위해 부동산 거래에 일정한 제약을 부여한 것이다.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앉아서’ 쉽게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에, ‘앉아서’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간다는 개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의 명분은 분명하다. 부동산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고 제한적인 재화이므로 여느 재화처럼 온전히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 헌법도 이를 염두해 국토에 대해서는 특별 취급을 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헌법재판소에서 수차례 다투어졌지만 지금까지도 합헌결정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위헌성 논란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어느 상가투자자가 아파트 재건축을 예측하여 그 주변 상가를 샀다고 생각해 보자. 아파트 재건축에 따른 지가 상승의 효과는 단순히 당해 아파트에 그치지 않고 인근 지역에 새로운 인프라를 형성하거나 지가 상승을 초래한다. 지가가 어느 정도 올랐을 때 상가투자자가 상가를 팔아 시세 차익을 얻었다면, 그의 투자 안목을 높이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그의 시세차익에 배가 아파해야 할까?
상가투자자가 재건축에 따라 지가 상승으로 이익을 본 것은 지인과 마찬가지인데, 상가투자자의 시세차익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의 대상이 아니다. 조금 일반화해서 말하면, 부동산 개발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서 이익을 보는 것은 ‘앉아서 이익을 얻는 것’이라 ‘불공정’하다고 하지만, 부동산 역시 재화로서 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부동산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다.
특히,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다소 투박한 방식으로 재건축초과이익을 겨냥하여 이를 환수하는 것이 여전히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다.
최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그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로 개정되었으나, 주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를 기다린 사람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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